
[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시흥시의 복합문화공간 ‘맑은물상상누리’가 스페인 출신 세계적 그래피티 작가들과 협업한 대형 벽화로 새 단장을 마쳤다. 과거 하수처리시설을 리모델링한 이 공간은 산업시설 재생의 대표 사례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힙한 예술의 장’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시는 공단2대로에 위치한 맑은물상상누리의 옛 가스저장소 ‘놀이통’ 외벽에 대형 그래피티 벽화 작업을 완료했다.
작업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10일간 진행됐다. 유럽 그래피티계의 거장 무사71(MUSA71)과 다분야 협업으로 주목받는 해리본즈(Harry Bones)가 참여했다.
벽화는 직경 15m, 높이 17m에 달하는 곡면 외벽 위에 구현됐다. 시흥의 대표 식물인 연꽃과 연잎을 모티브로 한 형상에, 시화호·오이도·거북섬 등지에서 영감을 받은 노을빛 색채를 입혔다.
여기에 맑은물상상누리의 영문 이니셜과 작가 사인이 더해지며 예술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 완성됐다.
두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과 스페인을 잇는 문화예술 교류를 실현했다. 기획은 국제문화기획사 ‘꼰미고꼰띠고’(대표 김여미마)가 맡았다. 시흥시 경관디자인과가 협력했다.

그래피티와 한복의 만남…재생 공간 속 전시회
벽화 작업 외에도 ‘비포어(Before)’ 전시장에서는 오는 6월 28일까지 특별 전시가 열린다.
전시는 전통의상과 소품에 그래피티 기법을 입힌 콜라보 작품, 세계 각지에서 작업한 작가들의 원화 및 기록 사진 등으로 구성됐다.
한복, 부채, 하회탈 등 전통 요소들이 스프레이 아트와 결합되며 독창적인 시각언어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 입장은 무료다.

시민과 함께하는 그래피티 워크숍도 마련
시민 체험형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오는 21일(토) 오후 2시에는 무사71, 해리본즈가 직접 진행하는 그래피티 체험 워크숍이 열린다.
참가자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제작한 에코백에 스프레이로 나만의 그래피티 작품을 제작할 수 있으며,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시선과 작업 방식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워크숍은 8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선착순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참가비는 2만 원이며, 온라인 접수로 신청할 수 있다. 관련 문의는 시흥시 경관디자인과 상상누리팀으로 하면 된다.
도시의 기억 위에 예술을 더하다
맑은물상상누리는 더 이상 단순한 하수처리장 유산이 아니다. 대형 저장소의 빈티지한 질감과 스프레이 아트가 만나면서, 산업과 예술, 과거와 현재, 지역과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새로운 공공미술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도시재생과 문화예술이 결합한 상징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시민이 주체가 되는 예술 실험과 국제 교류를 통해 도시의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성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