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미국 공화당의 아서 반덴버그 상원의원은 냉전 초기 이렇게 말했다.
“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
정치는 국경 앞에서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정치의 갈등이 외교·안보 현안까지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당의 이해보다 국가의 책임이 먼저라는 의미다.
지금 수원에도 이 말이 필요하다.
수원FC위민은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상대는 북한 여자축구팀이다. 단순한 지역 경기가 아니다.
수원이라는 도시가 아시아 무대의 개최지로 서는 경기다. 남북 스포츠 교류의 상징성도 작지 않다.
이런 경기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개최도시의 품격이 먼저다. 선수들의 무대가 먼저다. 수원의 이름이 먼저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 일각의 문제 제기 방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공무원 동원 의혹, 티켓 구매 과정, 예산 투입 여부, 무료 제공 시 기부행위 소지, 임시 꽃길 조성과 수의계약 문제 등은 당연히 따져볼 수 있다.
공직사회가 부당한 부담을 떠안았다면 바로잡아야 하고, 시민 예산이 부적절하게 쓰였다면 설명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문제는 질문의 존재가 아니다. 문제는 질문의 방식이다.
정치권은 공직사회 보호를 앞세웠다. 그러나 실제 메시지는 차분한 확인 요구라기보다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한 인상을 줬다.
개인 돈이면 강매, 시 예산이면 공공자금 유용, 무료 제공이면 기부행위 소지라는 식으로 모든 경우를 문제로 몰아가는 구조였다.
“어떤 경우든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접근은 검증의 언어라기보다 공세의 언어에 가깝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결론부터 앞세우는 방식은 정치권 스스로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품격은 침묵을 뜻하지 않는다.
공직사회가 부당한 일을 겪었다면 말해야 한다. 예산 집행이 석연치 않다면 따져야 한다. 수의계약 과정에 의문이 있다면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하지만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의혹을 크게 키우는 것만이 아니다. 사실과 의혹을 구분하고, 검증과 공세의 선을 지키는 것도 정치의 책임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일반적인 지역 행사가 아니다. 수원FC위민이 수원의 이름으로 아시아 무대에 서는 국제경기다.
상대가 북한팀이라는 점에서 안전, 의전, 이동, 언론 대응, 도시 환경 정비까지 개최도시가 감당해야 할 책임도 크다.
그런 상황에서 도시의 손님맞이와 경기 준비 전체를 선거 공방의 소재로 묶어버리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 정치권이 보여야 할 태도는 과열이 아니라 절제다. 공세가 아니라 균형이다.
협조와 강요는 다르다. 홍보와 동원도 다르다. 손님맞이와 예산 낭비도 구분해야 한다. 이 구분을 정교하게 하지 못한 채 모든 가능성을 한꺼번에 의혹으로 던지는 방식은 시민에게 피로감만 준다.
공직사회를 보호하겠다는 명분도 이런 방식에서는 힘을 잃는다.
정말 공직사회를 보호하려면 공무원 전체를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세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티켓 구매 경위, 예산 집행 근거, 동원 지시 여부, 수의계약 사유를 차분히 따지면 된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
국제대회 직전, 공직사회 보호라는 명분으로 도시의 행사 전체를 흔드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자체가 공직사회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원FC위민 선수들은 선거를 위해 뛰지 않는다. 수원의 이름을 달고 뛴다. 국제대회 무대에 서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과열된 공방이 아니라 시민의 응원과 개최도시의 품격이다.
정치권의 품격은 의혹을 얼마나 세게 제기하느냐로 증명되지 않는다. 중요한 순간에 무엇을 먼저 지키는지에서 드러난다. 도시의 이름이 걸린 국제대회 앞에서조차 선거의 언어를 앞세운다면, 그 정치는 시민에게 넓은 책임감보다 좁은 이해관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치는 따질 때와 멈출 때를 함께 알아야 한다.
검증은 하되 대회는 지켜야 한다. 비판은 하되 선수의 무대는 존중해야 한다. 공직사회는 보호하되 개최도시의 책임까지 흔들어서는 안 된다.
“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
반덴버그의 말은 지금 수원에도 유효하다. 국제대회 앞에서 정치가 먼저 튀어나오면 도시의 품격은 흔들린다. 북한팀과의 경기를 앞둔 순간이라면 더 그렇다.
품격 있는 정치는 묻지 않는 정치가 아니다. 묻되 선을 지키는 정치다. 따지되 공동의 무대를 무너뜨리지 않는 정치다.
수원이라는 이름이 아시아 무대에 오르는 순간, 정치권이 먼저 보여야 할 것은 공세의 기술이 아니라 절제의 품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