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수원도시공사가 보도자료 배포 기준과 광고 집행 기록 공개를 요구한 정보공개 이의신청을 정보공개심의회 없이 각하하면서, 홍보실장 개인의 판단과 지시가 공적 절차를 대신한 것 아니냐는 전횡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공사는 이의신청에 대해 “기 통보된 내용 외에 실질적인 심사 대상이 없는 사안”이라며 각하 결정을 통지했다. 심의회 개최 여부에는 ‘미개최’, 사유에는 ‘내용 없음’이라고 적었다.
정보공개로 요구한 자료는 단순한 광고홍보비 총액이 아니었다.
언론사별 광고 집행 내역과 보도자료 메일링 대상 현황, 대상 언론사의 추가·제외·변경 기록, 배포 중단 지시와 결재·보고 자료, 광고 집행과 보도자료 배포 기준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포함됐다.
이 자료들은 수원도시공사 홍보실이 누구의 판단 아래 어떤 기준으로 특정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거나 중단했는지 확인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공사는 연도별 광고홍보비 총액과 집행 횟수, 매체사 수 등 일부 취합 자료만 제공했다.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선 언론사별 집행 내역과 메일링 변경 기록, 내부 지시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의신청 단계에서도 항목별 재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데일리엔 취재 과정에서 제기된 이의신청은 비공개 사유를 자료별로 나누고, 개인정보나 개인 연락처를 가린 뒤 공개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다시 살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공사는 “심사할 내용이 없다”는 취지로 절차를 끝냈다.
공사가 모든 이의신청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공개 사유와 부분공개 가능성을 항목별로 따져 달라는 요청에 심의회도 열지 않고 각하 결론만 제시한 방식은 시민의 알권리를 다루는 공기업의 대응으로 보기 어렵다.
“실장님이 끊으라고 했나” 질문에 “예”
각하 결정이 더 큰 논란으로 번지는 배경에는 보도자료 배포 중단 과정에서 나온 공사 담당자의 답변이 있다.
데일리엔이 지난 4월 기존에 받던 보도자료가 끊긴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공사 담당자는 메일링과 광고비 지출이 연관돼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메일링 대상은 100개 언론사로 정리돼 있다고 했고, 대상 선정 기준으로 네이버·다음 제휴 여부와 기사 노출률도 거론했다.
“광고비를 지급하는 곳만 메일링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부인 대신 “거의 그렇게 정리한 시기”라는 취지의 답변이 나왔다.
더 직접적인 대목은 보도자료 중단 결정의 책임 소재였다.
데일리엔이 “실장님이 끊으라고 했느냐”고 묻자 담당자는 “예”라고 답했다. 이어 실장과 함께 논의해 결정하는 부분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답변이 사실이라면 보도자료 배포 중단은 단순 실무 조정이 아니라 홍보실장 판단 또는 지시 아래 진행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반대로 당시 담당자의 답변이 정확하지 않거나 실제 결정 구조가 달랐다면 공사는 결재 문서와 업무 기준을 내놓아 바로잡으면 된다.
하지만 공사는 그 판단의 근거가 될 결재·보고·업무 메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의신청 단계에서도 항목별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홍보실장 개인의 전횡 여부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자료 배포 중단의 지시·협의 정황이 공개적으로 거론됐고, 이를 확인할 기록은 비공개됐으며, 재검토를 요구한 이의신청마저 심의 없이 각하됐다면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준 없는 선별 배포, 공기업 홍보의 위험한 경계
공공기관이 모든 언론사에 똑같은 방식으로 보도자료를 보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공기업이라면 배포 대상 선정과 제외 기준은 객관적이고 설명 가능해야 한다.
광고를 집행한 매체인지, 포털 제휴가 돼 있는지, 기사 노출률이 어떤지에 따라 공적 정보를 전달하는 범위가 달라진다면 그 기준은 더 엄격한 검증 대상이 된다.
광고는 계약과 예산 기준에 따라 집행하는 업무다. 보도자료 배포는 기관의 정책·사업·안전·시설 운영 정보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홍보 업무다.
두 업무가 사실상 묶여 운영됐다면 특정 언론사에 대한 광고 집행 여부가 취재 기회와 정보 접근성까지 좌우할 수 있다.
그래서 데일리엔 취재 과정에서 요구된 언론사별 광고 집행 자료와 메일링 대상 변경 기록은 단순한 영업 정보가 아니다. 공기업 홍보가 공정하게 운영됐는지 확인하는 최소한의 자료다.
개인정보나 개인 휴대전화 번호, 미확정 검토 의견은 가릴 수 있다. 그러나 언론사명, 집행일, 집행 금액, 계약 또는 결재 여부, 메일링 대상 변경일, 확정된 운영 기준까지 모두 감춰야 할 이유는 별개로 설명돼야 한다.
자료가 없으면 부존재라고 통지하면 된다. 자료가 있다면 어떤 부분이 왜 비공개인지 항목별로 밝혀야 한다.
공사가 이 기본적인 구분 없이 ‘내용 없음’과 ‘실질적 심사 대상 없음’이라는 짧은 표현으로 이의신청을 각하한 것은, 논란을 해소하기보다 홍보실 운영을 둘러싼 의문만 키웠다.
답변 피한 홍보실장, 설명 책임도 피할 수 없다
홍보실장은 기관의 대외 소통을 책임지는 자리다.
언론의 취재 질의가 불편하다고 해서 답변을 미루거나, 기준 공개를 피하거나, 자료 배포 여부를 개인 판단처럼 운영해도 되는 자리가 아니다.
데일리엔 취재 결과, 보도자료 배포 중단과 선별 배포 논란이 불거진 뒤 홍보실장에게 여러 차례 설명을 요청했지만 충분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홍보실장의 장기 보직과 과거 정치권 관련 이력, 홍보부서 배치 경위를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 사안은 개인의 경력 자체를 문제 삼는 일이 아니다.
공사의 홍보 업무가 특정 개인의 관계나 판단에 기대 운영된 것은 아닌지, 언론 대응과 광고 집행, 보도자료 배포가 명확한 기준 아래 분리돼 있었는지를 확인하자는 요구다.
공기업 홍보실장은 기관을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창구여야 한다.
질문을 받으면 기준을 내놓고, 자료를 요구하면 공개 가능한 범위를 검토하며, 논란이 생기면 책임자가 직접 설명하는 것이 정상적인 공공기관의 대응이다.
침묵과 비공개, 심의 없는 각하가 반복된다면 홍보실장은 공적 소통의 창구가 아니라 정보의 출입문을 독점하는 자리로 비칠 수 있다.
수원시는 적극행정, 도시공사는 각하 행정
수원시는 시민 불편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소극행정을 줄이겠다는 적극행정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수원도시공사에서 드러난 대응은 정반대다.
보도자료 배포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고, 광고와 메일링의 관계를 묻는 질의에는 분명한 설명이 없었다. 배포 중단 지시 여부를 확인할 자료는 비공개됐고, 정보공개 이의신청은 심의회 없이 각하됐다.
시가 시민과의 소통과 책임 행정을 강조하면서 산하기관이 불편한 질문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시정 신뢰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수원시도 이 사안을 공사 내부의 단순한 홍보 업무로 넘겨서는 안 된다.
수원도시공사의 광고 집행과 보도자료 배포가 어떤 기준으로 운영됐는지, 홍보실장의 지시 또는 협의가 공식 결재 체계 안에서 이뤄졌는지, 이의신청 각하 과정에서 정보공개 절차가 충분히 지켜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공사가 지금 내놓아야 할 답은 어렵지 않다.
보도자료 배포 기준을 공개하고, 언론사별 광고 집행 내역은 개인정보를 제외해 제시하고, 메일링 대상 변경과 배포 중단의 결정 과정을 설명하고, 정보공개 이의신청은 왜 심의회 없이 각하했는지 법적 근거를 밝혀야 한다.
홍보실장 전횡 의혹도 기록으로 답해야 한다.
공적 권한은 개인의 판단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특히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공기업의 홍보 행정이라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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