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수원시가 세계유산 수원화성 복원 1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활용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태평성대’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이 사업은 조선 정조의 효심과 백성 사랑을 담은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세계유산 체험 프로그램이다.

복원 1년, 행궁이 무대가 되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두 곳이다. 2024년 복원 완료된 화성행궁 별주에서 진행되는 ‘혜경궁 궁중 다과 체험’. 5월 9일부터 6월 28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저녁 열리는 이 체험은 1인당 9가지 다과가 담긴 상차림을 즐길 수 있는 소규모 체험행사로, 사전예약제로 1회 18명만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2인 기준 5만 원.
다과에는 ‘오이선’, ‘떡갈비’, ‘금귤정과’, ‘제호탕’ 등 음식에 얽힌 역사적 의미가 함께 제공된다. 메뉴는 행궁동 주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직접 기획하고 조리했다. 별주 한 칸에 앉아 전통 조명 아래 진행되는 체험은 신풍루, 봉수당 등 궁궐 전경을 배경 삼아 정조 시대의 정취를 현대에 재현한다.

주민 배우와 함께 걷는 ‘고궁 산책’
주민 배우가 참여하는 ‘고궁 산책’. 연극 형식의 투어 프로그램으로, 신풍루부터 유여택, 봉수당, 우화관까지 행궁 주요 건물을 순회한다.
정조가 ‘태평성대의 문을 연다’는 뜻으로 이름 붙였던 우화관은, 2024년 복원된 뒤 처음으로 시민을 맞이한다. 투어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 가능하며 회당 15명, 참가비는 무료다.

수원시민의 복원운동, 35년의 결실
화성행궁은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대부분 훼철됐다. 봉수당은 병원으로, 우화관은 초등학교로 전용되며 원형을 잃었다.
1989년 향토사학자 이승언이 행궁의 그림을 발견하면서 복원 논의가 본격화됐고, 1993년 수원의료원 철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복원 작업이 추진됐다.
수원시는 1996년 착공 이후 5차례 발굴과 단계를 거쳐 2003년까지 482칸의 건물을 복원했다. 이후에도 행궁 앞 광장 조성, 우화관·별주 복원을 진행해 2024년 현재까지 35년간 복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하남지 복원과 성곽 연결
화성행궁 복원은 마무리됐지만, 수원시의 복원 계획은 계속된다. 현재는 행궁 남측에 위치했던 연못 ‘하남지’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20년 발굴 조사로 외곽 경계가 확인됐으며, 국가유산청 승인 이후 실시설계와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거쳐 2029년 개방을 목표로 한다.
수원시는 또한 현재 단절된 수원화성 성곽 일부를 연결하는 복원도 준비 중이다.
시 관계자는 “복원은 단순히 구조물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기억과 정체성을 복원하는 작업”이라며 “시민 주도로 복원한 건축물이 시민에 의해 활용되는 ‘태평성대’야말로 문화유산 활용의 이상적인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