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고양시가 특례시 중 유일하게 시립박물관을 보유하지 못한 채, 지역 출토 유물 수만 점이 외지로 흩어지고 있다. 시는 수년째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나, 관련 용역 예산이 반복적으로 삭감되며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하고 있다.
고양시는 한반도 최초 재배 볍씨인 가와지볍씨, 고려 공양왕릉, 벽제관 등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에서 발굴된 유물 약 6만1천여 점 중 상당수는 현재 국립춘천박물관, 경기도박물관, 대학 소장기관으로 이관돼 고양시민이 직접 접하기 어렵다.
시는 2023년 공립박물관 건립 추진 조례 개정과 추진위원회 구성에 나서며 본격적인 건립 움직임을 보였다. 유물 수집과 임시수장고 조성도 병행해, 현재까지 1460여 건의 고양시 유산을 확보했다.
하지만 박물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 예산은 2023년 이후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에서 총 7차례 삭감됐다. 이로 인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평가 신청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공립박물관 설립은 문체부의 타당성 사전평가를 거쳐야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최근 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용역이 필수지만, 시의 예산 편성이 번번이 무산되며 계획 수립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수원시는 직영 박물관 3곳을 운영 중이며, 용인과 성남, 창원 등도 시립박물관 설립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다. 반면 고양시는 신도시 개발로 문화유산 발굴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이를 보존·활용할 공공 인프라 없이 유물 이탈만 계속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공립박물관은 계획부터 개관까지 최소 7~10년이 소요된다”며 “창릉신도시 개발에 앞서 고양시 정체성을 지킬 박물관 건립 타당성 검토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고양시가 특례시에 걸맞은 문화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유물 수집보다 더 시급한 것이 박물관 설립의 제도적 첫걸음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