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군 공항 규제에 갇힌 도심…시민의 권리는 어디에
[데일리엔뉴스 이종성 기자] 수원시가 70여 년간 군 공항으로 인해 묶여 있던 도심 고도제한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수원군공항 이전을 건의한 지역에 대해 고도제한을 완화하거나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지난해 8월 29일, 군 공항 이전을 공식 건의한 지역 중 사실상 비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구역에 대해서는 고도제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김준혁 의원도 9월 3일, 고도제한 높이를 기존 45미터에서 1000피트(약 300미터)로 완화하는 법률안을 발의하며 지역 내 규제 개선 논의에 불을 지폈다. 현행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은 전술항공작전기지 또는 지원항공작전기지 내 비행안전구역에서 건축물의 고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시를 비롯한 군 공항 인근 지역 주민들은 이러한 규제 때문에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도시 발전까지 제약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시는 현재 58.44㎢, 화성시는 40.35㎢가 고도제한에 묶여 있다. 수원시민 약 58만 명과 화성시민 약 20만 명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고도제한으로 인한 피해 추산액은 2009년 기준 약 2조2481억 원에 달하며, 현재는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수원시의 노후주택 중 2030년까지 재건축 대상이 되는 건축물은 72%에 이르고, 재개발이 가능한 단독주택의 58%가 고도제한으로 인해 사업 진입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도심 공동화가 가속화되고, 도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원군공항이전 및 경기통합국제공항추진 시민협의회는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시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시민협의회는 지난해 9월 30일 워크숍을 시작으로, 수원화성문화제, 수원 기업인의 날, 국회 정책토론회 등 각종 행사와 연계해 서명운동을 확산하고 있다. 향후에는 서명부를 중앙정부에 전달하고, 제도 개선을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시민협의회는 군 공항 이전이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당장 시민의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고도제한 완화는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군 공항 이전에는 막대한 예산과 행정 절차가 필요하며, 가덕도신공항이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례처럼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민협의회 관계자는 “수원과 화성은 군 공항으로 인해 수십 년간 피해를 입어 왔다”며 “고도제한은 단지 건물의 높이 문제를 넘어 재산권과 도시 성장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매우 의미 있는 움직임이며, 전국 다른 군 공항 피해지역과도 연대해 제도 개선을 이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도제한 완화가 시민의 삶의 질은 물론, 수원시의 도시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매탄, 권선, 진안신도시 등의 재개발 활성화는 물론, 수원역과 병점역 등 교통 요지의 복합개발을 통해 지역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해외 사례도 고도제한의 유연한 운영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 다이예스 공군기지(Dyess AFB) 주변에서는 풍력 터빈 설치 등을 위한 영향 평가를 통해 제한을 완화한 바 있으며, 호주 RAAF Base Amberley의 경우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규제를 완화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2010년 성남 서울공항 일대에 ‘차폐이론’을 적용해 일부 고도 제한을 완화한 전례가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고도제한 완화의 필요성이 제도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앞으로도 시민 권익 보호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시와 시민사회,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고도제한 완화는 더 이상 단순한 규제 개선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과제이며, 시민의 삶을 회복시키는 상식의 회복이자 도시재생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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